3D프린팅 최신 기술동향걸쇠 하나 때문에 통째로 교체? 루프트한자 테크닉의 해법

고장 난 것은 작은 걸쇠 하나였다. 그런데 수리하려면 그 주변의 멀쩡한 부품까지 함께 바꿔야 했다. 항공기 정비 현장에서 반복되던 이 문제에 루프트한자 테크닉은 티타늄 3D 프린팅을 꺼내 들었다.

티타늄 부품을 살펴보는 작업자를 표현한 AI 생성 개념 이미지

AI로 생성한 개념 이미지이며, 실제 항공사 시설이나 해당 부품의 사진이 아닙니다.

걸쇠 하나만 바꾸면 될 일을, 왜 새로 설계해야 했을까. Formnext가 2026년 8월 21일 소개한 사례를 따라가 보면, 문제는 부품이 약하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필요한 부품만 구할 수 없다는 공급 방식이 수리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고칠 수 없는 게 아니라, 부품을 구할 수 없었다

문제의 래치는 에어버스 A330·A340·A380 기내 주방의 롤러셔터 안에 들어가는 걸쇠다. 롤러 브레이크와 끝부분의 마개를 제자리에 잡아 준다. 기존 걸쇠는 플라스틱 계열의 폴리머를 사출성형해 만들었는데, 사용 중 마모와 손상을 견디지 못해 반복적으로 고장 났다.

이 작은 부품만 따로 살 수 있었다면 교체 범위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원래 장비 제조사는 걸쇠를 단품으로 판매하지 않았다. 정비 현장에서는 여러 부품이 결합된 롤러셔터 장치 전체를 교체해야 했다.

루프트한자 테크닉의 적층제조 팀은 걸쇠를 새로 설계하기로 했다. 공급되지 않는 부품을 기다리는 대신 직접 교체품을 마련하고, 반복 고장에도 대응하려는 선택이었다. 다만 기존 모양을 금속으로 똑같이 출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티타늄으로 바꾸자, 설계도 달라졌다

선택한 소재는 Ti6Al4V 티타늄 합금이었다. 설계와 최적화는 루프트한자 테크닉이 맡았다. 제조 파트너 Materialise의 공식 설명에 따르면, 엔지니어들이 함께 조정한 것은 탄성, 형상, 벽 두께였다.

걸쇠는 원래 장치에 맞아야 하고, 필요한 만큼 탄성 변형을 하면서 고정 기능도 수행해야 한다. 재료가 폴리머에서 금속으로 바뀌면 같은 모양이라고 같은 움직임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래서 새 소재의 특성에 맞춰 모양과 두께를 다시 다듬었다.

이 지점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복제품 제작과 갈린다. 오래된 부품을 새 프린터로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부품이 해야 할 일을 기준으로 설계를 다시 검토한 것이다. 제조 현장에서 소재 변경을 검토할 때도 강도만 비교해서는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설계한 회사와 출력한 회사는 달랐다

실제 제조는 Materialise가 맡았다. 루프트한자 테크닉의 공급자 심사를 거친 뒤 양사 엔지니어는 공정 안정성과 생산 관리 기준을 맞췄고, Materialise가 루프트한자 테크닉의 설계 사양에 따라 부품을 만들었다.

생산에는 독일 브레멘 시설의 레이저 분말 베드 융합(LPBF) 공정을 사용했다. 금속 분말을 얇게 펼치고 레이저로 필요한 부분을 녹여 층층이 부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설계만 넘겨 곧바로 출력한 것이 아니라, 같은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부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제조 조건을 조율한 것이다.

항공기에 쓸 부품인 만큼 설계 책임과 제조 품질을 맡을 체계도 중요했다. 루프트한자 테크닉의 설계조직 승인과 브레멘 시설의 항공우주 품질경영 인증은 이 협업의 바탕이었다.

바뀐 것은 부품보다 ‘수리 단위’였다

Aviation Week의 2026년 8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양사는 2025년 가을부터 논의했고, 제작된 걸쇠는 실제 운항 중인 항공기에 사용되고 있다. 이번에 소개된 것은 막 등장한 출력 기술이 아니라, 기존 정비 문제에 금속 적층제조를 적용한 결과다.

이제 고장 난 걸쇠만 교체할 수 있다. 따라서 비용도 기존 걸쇠와 티타늄 걸쇠의 단가만 비교할 것이 아니라, 걸쇠만 바꾸는 수리와 장치 전체를 교체하는 수리를 비교해야 한다.

Materialise는 새 걸쇠의 수명이 더 길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공개된 사례 자료에는 장기 고장률, 정확한 비용 절감률, 납기 단축 수치가 제시돼 있지 않다. 이 사례의 효과를 다른 부품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자기 현장에 적용할 후보를 찾는다면, 자주 고장 나는 부품 목록에 질문 하나를 더해 볼 만하다. “이 부품 하나를 구하지 못해서, 더 큰 장치를 통째로 바꾸고 있지는 않은가?” 그런 부품을 찾은 다음 설계 변경과 검증이 가능한지, 필요한 품질 관리와 이력 추적을 확보할 수 있는지 따져 보는 것이다. 루프트한자 테크닉의 사례는 3D 프린팅을 검토할 출발점이 장비가 아니라, 지금의 수리 방식에 있을 수 있음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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